🎬 엄마도 킬러도 완벽할 순 없다, 전도연의 폭발적인 컴백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Kill Boksoon)>은 그 제목만큼이나 강렬합니다. '죽인다'는 말의 이중적인 의미처럼, 이 영화는 한 사람의 '직업'과 '삶', '살인'과 '사랑', 그리고 '본능'과 '책임'이라는 주제를 액션이라는 장르 속에 담아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배우 전도연이라는 이름을 통해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전도연의 연기력, 깊이, 감정의 밀도는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며, 동시에 지금까지 본 적 없던 화려한 액션까지 선보이며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엄마이자 킬러, 그 양면의 삶

길복순은 외견상 평범한 싱글맘입니다. 딸 재영을 혼자 키우며 고등학교에 보내는 엄마로, 학교 행사에도 참여하고, 밥도 해주고, 친구들과의 갈등에도 나름 고민해주는 그런 엄마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은 그녀의 진짜 직업을 감추기 위한 가면일 뿐입니다. 그녀는 킬러 업계에서 A등급, 최상위에 속하는 살인청부업자. 청부살인을 주업으로 하는 ‘MK엔터’ 소속 에이스로 활동 중이며, 업계에서는 살아있는 전설로 불립니다.

문제는 그녀가 ‘엄마’라는 역할과 ‘킬러’라는 직업 사이에서 점점 더 큰 충돌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딸에게조차 자신의 진짜 모습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 삶.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반복하면서도, 정작 딸 앞에서는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서툰 대화를 반복하는 그녀의 모습은 관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우리는 모두 ‘진짜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MK의 규칙, 그리고 벗어나고 싶은 충동

영화 속 킬러 세계에도 나름의 규칙이 존재합니다. MK 엔터라는 킬러 기획사는 다음의 세 가지 규칙을 통해 업계를 통제하고 있죠.

1. 미성년자는 죽이지 않는다
2. 회사가 허가한 일만 수행한다
3. 허가된 일은 반드시 완수한다

이 규칙은 얼핏 도덕적인 기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회사가 전권을 갖고 킬러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복순은 이 룰 안에서 오래도록 A급을 유지해 왔고, 업계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지만, 그녀는 더 이상 이 룰 안에서 만족하지 못합니다. '진짜 사람'을 죽이는 일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며 점점 더 회의감을 느끼는 복순은 마침내 룰을 어기는 결정을 내립니다. 미성년자를 죽이라는 의뢰를 받고 거부하면서, 사건은 본격적인 갈등의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사랑과 적대의 경계선 – 차민규

<길복순>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인물은 차민규(설경구)입니다. 그는 MK 엔터의 대표이자 복순의 상사, 그리고 오래전부터 복순을 유심히 지켜봐 온 인물입니다. 그가 복순에게 품고 있는 감정은 단순한 연민이나 존경이 아니라, 무거운 집착과 소유욕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는 복순이 업계 최고이자 유일하게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를 어떻게든 자신의 규칙 아래 두고 싶어 합니다.

두 사람은 말 그대로 ‘킬러’와 ‘킬러’의 관계이지만, 동시에 그 안에는 복잡한 감정선이 교차합니다. 서로를 인정하지만, 동시에 통제하려는 긴장감. 그리고 복순이 규칙을 어기며 회사에서 퇴출 위기에 처했을 때, 차민규는 복순을 제거해야 할지, 보호해야 할지를 고민합니다. 이 흔들리는 내면은 후반부 피 튀기는 액션보다 더 강렬한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전도연의 새로운 가능성

<길복순>에서 전도연은 말 그대로 ‘폭발’합니다. 이전까지 그녀가 보여주었던 <밀양>이나 <너는 내 운명>, <생일> 같은 작품에서의 감정 중심 연기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장르인 '액션'에서 전도연은 신선한 충격을 선사합니다. 50대 여성 배우가 온몸을 던져 고난도 액션을 소화한다는 것 자체가 드물지만, 전도연은 그것을 마치 평범한 일처럼 보여줍니다.

특히 수성펜 하나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손을 다친 상태에서도 싸움을 이어가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차민규와의 결투는 단순히 몸놀림의 스릴을 넘어서, 감정이 얹힌 ‘서사 있는 액션’으로 승화됩니다.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한 인물의 심리적 분열과 결단을 따라가는 드라마로서 완성도를 끌어올린 주역은 단연 전도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적인 질문이 남는 영화

결국 <길복순>은 단순한 킬러 액션 영화가 아닙니다.
‘엄마로서의 삶’과 ‘킬러로서의 삶’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여성이, 세상의 룰과 규칙을 깨뜨리며 자신만의 정의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정의는 단순히 윤리적인 것이 아니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복순은 자신을 억압해왔던 룰과 감정을 모두 벗어던집니다. 가장 강력한 적이자 지켜주려 했던 인물인 차민규를 직접 죽이는 선택은, 사랑과 증오, 보호와 자율, 연민과 해방이라는 감정이 모두 뒤섞인 결정이죠.

그녀가 딸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은 어떤 삶이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 어떤 룰 안에서 살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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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길복순>은 액션, 드라마, 심리극, 그리고 여성 서사라는 다양한 장르적 색채가 잘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한 사람이 이중적인 삶을 살면서 겪는 내적 갈등을 이토록 박진감 있게 풀어낸 영화는 흔치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는 단순한 '킬러 영화'가 아닌,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욱 빛납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후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이 영화의 탄탄한 서사와 감정의 밀도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이름값을 다시 한번 증명한 작품이죠.

아직 <길복순>을 보지 않으셨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녀의 싸움은, 곧 우리의 싸움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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