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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수를 위해 살인을 택한 남자

찢작 영화 리뷰

by LKC (rip-up-review) 2025. 4. 1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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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를 사랑한 살인자, 그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의 향기

2006년 개봉한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후각이라는 감각을 중심으로 인간의 집착, 고독, 욕망을 풀어낸 충격적인 서사를 담고 있다. 파리의 악취 나는 뒷골목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한 남자,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그는 사람의 향기를 보존하기 위해 살인을 택하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완벽한 향수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이 광기 어린 천재의 여정을 통해 사랑받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과, 그것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치밀하고 철학적으로 그려낸다.


고독하게 태어난 천재, 후각으로 세상을 지배하다

18세기 프랑스 파리. 악취가 진동하는 생선 시장 한복판, 한 여인이 아이를 낳는다. 그녀는 아이를 내팽개치고 그대로 자리를 떠나고, 사람들은 쓰레기 속에 있던 아이의 울음소리에 그 존재를 알아챈다. 버림받은 아기,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세상에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고아원에서 자라난 그루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후각을 가지고 있었고, 냄새로 세상을 인지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그의 특별한 능력은 주변에 공포를 불러일으켰고, 그는 항상 외로운 존재로 남아야 했다. 가죽 무두질 공장에 팔려간 이후에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던 그는, 우연히 도시로 나가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을 바꿔놓을 ‘향기’를 만나게 된다. 언어살구를 팔던 한 여인의 체취. 그는 그 향기에 매료되어 본능적으로 그녀를 따라가고,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 순간 그는 깨닫는다. 사람의 향기는, 죽는 순간 사라진다는 사실을. 그루누이는 ‘향기’를 영원히 보존하고자 하는 강박적인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천부적인 재능과 집착, 향수 제조로 이어진 살인의 길

그루누이는 향수를 통해 인간의 향기를 보존하려 한다. 그러던 중 파리 최고의 향수 장인, 발디니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향수 제조를 배우기 시작한다. 경험도 지식도 없던 그루누이는 단순히 자신의 ‘코’만으로 기적 같은 향기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그가 만들어낸 향수는 기존 명품 향수를 능가하는 완성도를 자랑했고, 발디니조차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루누이의 진짜 목적은 다르다. 그는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의 향기’를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그 목표를 위해 그는 파리를 떠나 향수의 본고장인 ‘그라스’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향기를 보존하는 기술, ‘엔플레라주’를 익힌다.

그리고 그때부터 살인은 본격화된다. 그는 13명의 특별한 향기를 가진 여인들을 차례차례 살해해, 그녀들의 향기를 채취하고 향수로 만든다. 완벽한 향수를 위해 단 한 방울의 향기라도 놓칠 수 없었던 그루누이. 그는 수백 명이 모인 축제 한복판에서도 냄새만으로 타깃을 추적할 수 있었고, 경찰도 그를 잡지 못했다.

마지막 타깃은 도시에서 처음 마주쳤던,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향기를 지닌 여인이었다. 그녀를 향한 집착은 광기에 가까웠고, 끝내 그녀를 납치해 최후의 13번째 향기를 손에 넣는다.


모두를 무릎 꿇린 단 한 방울의 향기, 그가 선택한 마지막

모든 범행이 밝혀지고, 그루누이는 희대의 살인마로 체포된다. 그의 처형을 보기 위해 도시 전체가 광장에 몰려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만든 향수 한 방울을 손에 뿌릴 뿐이었다. 그 한 방울로 수천 명이 무릎을 꿇고, 오열하며 그를 숭배한다. 욕설과 돌팔매질은 사라지고, 찬양과 경외심만이 가득 찬다.

그는 처음으로 타인의 사랑을, 관심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랑이 진짜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루누이는 그라스를 떠나, 다시 파리의 뒷골목으로 돌아간다. 그곳, 바로 자신이 태어난 생선 시장.

그리고 자신이 만든 향수 전부를 몸에 부어버린다. 향기는 악취로 가득한 시장 전체를 황홀하게 물들이고, 사람들은 미쳐버린 듯 그에게 몰려들어 그를 숭배하고, 마침내 그의 육체마저 먹어치운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완전히 지운 채 세상에서 사라진다.


향기의 천재, 고독한 괴물, 그리고 인간의 본능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후각이라는 감각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 작품이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살인자이자 천재이며, 동시에 사랑받고 싶었던 고독한 인간이다. 그의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철학적 성찰을 담은 예술 영화로 읽힌다.

그는 누군가에게 향기로 기억되고 싶었고, 세상에 단 하나의 완벽한 향수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는 사랑, 존재, 욕망, 외로움이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온몸으로 끌어안는다.

잔인하면서도 슬프고, 기괴하지만 아름다운 이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향기로 기억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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